‘병역기피 목적’을 이유로 한 국적회복 불허처분 취소
의뢰인의 상황
의뢰인은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10대 중반부터 줄곧 해외에서 공부하고 미국에서 학사부터 박사까지 마친 연구자입니다. 미국 입국 때마다 2차 심사를 받는 문제를 겪다가 여러 전문가의 권유로 시민권을 신청했고, 만 35세이던 2022년 여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면서 국적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을 자동으로 상실했습니다.
의뢰인은 한국으로 돌아와 국책연구기관에서 일하고자 같은 해 말 국적회복을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법무부는 약 10개월 뒤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국적을 상실한 사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국적회복을 불허했고,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낸 행정심판도 기각되었습니다. 그 상태에서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쟁점
의뢰인은 국외여행허가를 받고도 2012~2014년과 2021년에 각 1년 중 6개월 이상 국내에 체류했고, 병무청의 출국 계고까지 받은 뒤 시민권을 취득했다. 국내와의 유대를 놓지 않으면서 병역만 면하려는 전형적인 병역기피 행태다.
국적법 제9조 제2항 제3호는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국적을 상실한 사람을 불허 대상으로 정한다. 그 목적은 외국 국적을 취득한 ‘그 시점’의 의사를 기준으로, 객관적 정황으로 판단해야 한다. 의뢰인은 국외여행허가로 병역이 연기되다가 병역법 제71조에 따라 36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 즉 2022. 1. 1.부터 병역이 면제되었고, 시민권 취득은 그 뒤인 2022. 7.이다. 이미 면제된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국적을 버린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변호 전략
처분청의 논리는 ‘국내에 오래 머물렀으니 병역을 기피하려는 사람이고, 그런 사람이 시민권을 땄으니 병역기피 목적이다’라는 추론이었습니다. 이 추론을 깨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표를 그리는 것이었습니다. 국외여행허가 기간, 병역법상 면제 연령의 계산 방식, 미국 이민법상 영주권 취득 후 5년이 지나야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다는 요건, 실제 시민권 취득일을 한 줄로 늘어놓으면, 의뢰인이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게 된 시점에는 어차피 병역이 면제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그 위에 의뢰인에게 유리한 정황을 쌓았습니다. 학업이 고등학교 이후 모두 해외에서 이루어진 점, 국적회복 신청서에 전문연구요원 등으로 병역을 이행할 계획을 스스로 적은 점, 시민권 취득 후 국적회복 신청까지의 간격이 논문 게재를 기다린 5개월에 불과한 점, 국내 장기 체류가 국외여행허가 취소로 이어진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점입니다. 처분청이 가장 강하게 내세운 ‘6개월 이상 국내 체류’에 대해서는, 그것이 허가 취소 사유가 될 수는 있어도 취소되지 않은 이상 병역 면제에는 아무 영향이 없고, 기피 목적을 단정할 근거도 되지 못한다고 정면으로 다퉜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국적회복 허가가 법무부장관의 재량 영역이고 병역기피 의혹이 있으면 엄격히 심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병역의무 있는 남성이 국적을 상실하여 결과적으로 병역을 면하게 되었다는 사실관계에서 추단되는 막연한 의심만으로는 부족하고, 외국 국적 취득 당시 병역을 기피할 목적이 있었다고 강하게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어야 한다’고 기준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의뢰인은 2022. 1. 1.부터 병역이 면제된 상태였으므로 그해 7월의 시민권 취득이 병역 기피의 수단이 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영주권 취득일로부터 5년이 지난 2021년 말에야 시민권 신청 자격이 생겼으므로 굳이 국적을 버리지 않아도 병역을 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점, 국내 장기 체류와 출국 계고만으로는 병역기피 목적을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처분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불허처분은 전부 취소되었습니다.
이 사건이 말해 주는 것
‘병역기피 목적’은 처분청이 입증해야 하는 요건이지, 신청인이 ‘기피 목적이 없었다’고 해명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행정심판에서 기각되었더라도, 처분 사유를 이루는 사실을 날짜 단위로 분해해 보면 처분청의 추론이 어디서 끊어지는지가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적·출입국 처분은 재량이 넓은 만큼 재량 판단의 전제가 된 사실을 무너뜨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공격입니다.

위 내용은 실제 수행 사건을 의뢰인이 특정되지 않도록 정리한 것입니다. 개별 사건의 결과는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며, 유사한 사건에서 같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